매년 반복되는 연말정산의 허탈함
매년 1월이나 2월이 되면 직장인들의 희비가 엇갈립니다. 누구는 수십만 원의 보너스를 받았다며 기뻐하고, 누구는 오히려 세금을 더 토해내야 한다며 한숨을 쉽니다. 세금을 더 내야 하는 '연말정산 폭탄'을 맞고 나면 "내가 일 년 동안 번 돈이 얼마인데 나라에서 또 뜯어가는가" 하는 억울한 마음이 들기 마련입니다.
저 역시 직장 생활 초반에는 연말정산에 대해 무지했습니다. 그저 인적공제나 신용카드 사용액이 알아서 채워주겠지 생각하며 방치했습니다. 하지만 연차가 쌓이고 연봉이 오를수록 돌아오는 것은 늘 마이너스 찍힌 명세서였습니다. 소비를 늘려서 소득공제를 받는 것은 주객전도가 되는 미련한 짓이었습니다. 그때 비로소 눈을 돌린 것이 바로 정부가 대놓고 세금을 깎아주겠다고 만든 '연금 계좌' 시스템이었습니다.
세액공제, 세상에서 가장 확실한 확정 수익률
주식이나 펀드 투자를 할 때 우리는 연 5%, 10%의 수익률을 내기 위해 엄청난 리서치를 하고 리스크를 감수합니다. 하지만 연금저축과 IRP(개인형 퇴직연금)를 활용한 세액공제는 리스크가 전혀 없는 '확정 수익률'을 제공합니다.
총급여가 5,500만 원 이하인 직장인이 연금 계좌에 돈을 넣으면, 납입한 금액의 무려 16.5%를 연말정산 때 세금에서 그대로 차감해 줍니다. 5,500만 원을 초과하더라도 13.2%의 세액공제율이 적용됩니다. 예를 들어 연금저축과 IRP를 조합해 연간 세액공제 한도인 900만 원을 채웠다면, 다음 해 초에 각각 148만 원 혹은 118만 원의 현금을 고스란히 돌려받게 됩니다. 마이너스 리스크 없이 앉은자리에서 두 자릿수 수익률을 확정 짓는 금융 상품은 전 세계 어디에도 없습니다. 이것이 재테크의 기초 체력을 다지는 첫 단추가 되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당장 쓸 돈도 없는데 노후 준비라니?
"지금 당장 쓸 돈도 부족하고, 55세 이후에나 받는 연금에 돈을 묶어두는 것은 손해 아닌가요?"라며 거부감을 느끼는 분들이 많습니다. 매우 합리적인 의문입니다. 인생에는 결혼, 주택 마련, 자녀 양육 등 수많은 목돈 지출 이벤트가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여기서 흔히 하는 실수는 연금 계좌를 '한 번 넣으면 절대 못 빼는 감옥'으로 오해하는 것입니다. 물론 연금 계좌는 노후 보장을 취지로 만들어졌기에 중도 해지 시 그동안 받은 세크 혜택을 토해내야 하는 페널티(16.5% 기타소득세)가 있습니다. 하지만 무조건 연간 한도인 900만 원을 꽉 채워 넣을 필요는 없습니다. 내 재정 상황에 맞춰 매달 10만 원, 20만 원씩 소액으로 시작해도 세액공제 혜택은 비율대로 정직하게 주어집니다. 30대와 40대 시절에 아주 작은 규모로라도 자산의 일부를 강제로 격리해 두지 않으면, 은퇴 시점에 다다랐을 때 우리에게 남는 것은 감가상각이 끝난 소비재뿐입니다.
과세이연과 복리의 마법이 합쳐질 때
연금 계좌의 진짜 무서운 무기는 매년 받는 세액공제뿐만이 아닙니다. 투자를 조금이라도 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일반 주식 계좌나 적금은 이자나 배당을 받을 때마다 15.4%의 세금을 원천징수해 갑니다. 내 수익의 일부를 계속 떼여가며 복리를 굴리는 셈입니다.
반면 연금 계좌 안에서 발생하는 모든 이자와 배당금, 투자 수익은 수령할 때까지 세금을 단 1원도 걷지 않는 '과세이연' 혜택을 받습니다. 원래 세금으로 빠져나갔어야 할 돈이 계좌에 그대로 남아 수십 년 동안 다시 복리로 구르는 스노우볼 효과가 일어나는 것입니다. 3040 세대가 지금 당장 계좌를 개설해 단돈 만 원이라도 굴리기 시작해야 하는 이유는, 시간이 지날수록 이 과세이연이 만들어내는 자산의 격차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벌어지기 때문입니다. 오늘 당장 스마트폰 뱅킹 앱을 켜고 나만의 연금 계좌 첫 페이지를 열어보시길 권합니다.
[핵심 요약]
연말정산에서 매년 세금을 토해내고 있다면, 소비를 늘리는 대신 정부가 합법적으로 지원하는 연금 계좌 세액공제를 활용해야 합니다.
연금 계좌 납입은 소득 기준에 따라 최소 13.2%에서 최대 16.5%의 '확정 수익'을 돌려받는 가장 안전한 절세 테크닉입니다.
당장 목돈이 묶이는 것이 두렵다면 소액으로 시작할 수 있으며, 계좌 내에서 세금을 뒤로 미뤄주는 '과세이연' 제도를 통해 장기 복리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다음 편 예고]
연금 계좌를 개설하려고 마음먹었다면 가장 먼저 부딪히는 벽이 있습니다. 바로 은행이나 보험사에서 권유하는 상품의 종류입니다. 다음 편에서는 많은 직장인들이 혼동하는 '연금저축펀드'와 '연금저축보험'의 구조를 낱낱이 파헤치고, 10년 뒤 내 자산 잔고를 바꾸는 올바른 선택 기준을 제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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